국제정세/지정학&지경학

미중 전략경쟁 시기 필요한 자질: 제국적 마인드, 전략적 상상력

방산맨 2022. 10. 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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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망 2020 ② / 외교·안보] 하영선 동아시아연구원 이사장 “미·중 GDP 合 ‘35조 달러’의 향배,

세계 수준 중국연구소, 미중관계연구소 하나 없는 현실 말이 되나 2019년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 근본적 변화가 표출되기 시작한 해로 기록될지 모른다. 북한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한일 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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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을 경영해보지 않은 중진국으로서 주변 제국들의 마인드를 미리 읽어 내고 선수를 두지 않으면 생존 바둑에서 살아남기 어렵다.
“제국적 마인드를
읽을 수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Q. 제국적 마인드를 읽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A. 제일 간단한 것은 우리가 제국 한번 해보는 것이다(웃음). 좋은 의미에서 제국적 마인드는 오랜 시·공간 경험 속에서 체현되는 것이다. 1972년에 키신저와 주은래가 협상할 때 키신저가 ‘우리는 협상이 10년 정도 걸려도 좋다’고 하니까 주은래가 ‘우리는 역사를 그렇게 짧게 보지 않는다. 100년 후를 본다’고 대꾸하는 대목이 나온다. 중국이라는 제국을 수천 년 겪어 온 우리 역사도 길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반추해볼 필요는 있다. 하지만 그러한 수동적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니까 오늘날 한반도라는 좁은 시·공간을 끊임없이 동서고금을 넘나들며 상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우리는 근현대사를 거치면서 한 번도 그런 훈련을 본격적으로 받을 기회가 없었다.

상상력 트레이닝은 학자뿐만 아니라 대법관들에게도 필요했다고 본다. 대법관들이 우리가 처한 시·공간에 대한 상상력이 있었더라면 (징용자 문제에 대해) 우리 입장도 확보하면서 일본 사람들의 대응까지 예상해서 묘수를 둘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가장 먼저 미국의 백악관, 중국의 주석실, 일본 총리실, 평양의 위원장실에서 벌어지는 전략회의의 내용을 단순히 정보 수집에 의존하지 않고 전략적 상상력으로 주변 국가들의 전략 구상을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을 보면 외교부에서는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인력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단순한 외교 행정가들만 늘어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청와대에서도 주변 강대국 외교나 남북 관계에서 관련 당사국들의 언행을 제대로 해석해서 선수로 묘수를 두는 안목을 찾아보기 어렵다.
제국적 안목을 역사적으로 키우지 못한 우리가 공간을 넓게 읽는 훈련도 안 되어 있지만 시간을 길게 보는 훈련도 없다. 연암 박지원이 쓴 『열하일기』를 보면 18세기 말 동아시아 관계를 그렇게 예민하게 보고 있을 수가 없다. 중국을 바로 보고 제대로 다루는데 가장 탁월한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 전공한 후배 연구자들을 만나 『열하일기』를 읽어봤냐 물어보면 미국 중국 일본 자료 보느라 정신이 없어서 읽을 겨를이 없다고 대답한다. 그러나 21세기 한국 생존전략의 백년대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21세기의 연암적 안목이 최우선적으로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것을 주변 강대국에서 빌어올 수는 없다.
기회는 있다. 한국은 생존과 번영을 위해 미중을 동시에 실존적으로 깊이 고민해야 하는 나라들 중 선두에 서 있다. 워싱턴 베이징 도쿄를 돌아다니면서 밤잠을 자지 않고 정보를 모으고, 학계는 분석을 위한 큰 그림 그리고 있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구멍가게 수준의 노력으로 제국들을 제대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하다. 한국 가면 세계가 보인다고 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21세기 한국의 최대 숙제는 미중을 제대로 알고 활용해서 천하통일하는 것이다. 이에 비하면 남북통일은 작은 문제다.

우리 삶이 중국의 영향을 그렇게 받는데 세계 수준의 중국연구소가 있나 생각해보면 찾아보기 어렵다. 미중의 어깨 위에 올라서려면 그들의 머리와 가슴을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 세계 수준의 중국 싱크탱크, 미중 싱크탱크를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국영이 되면 관료화되고 정권 변화에 따라 지나치게 영향을 받으므로 초당파적인 민간 싱크탱크가 필요하다. 미국의 브루킹스 연구소 같은 경우는 정책 연구 분야에서는 대학 보다 훨씬 큰 영향력과 권위를 가지고 있다. 우리 경제 규모가 그런 것을 못할 정도 아니지 않나.
Q. 미중연구소, 중국연구소의 필요성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것 같다. 그것을 만드는 데 있어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A. 첫째가 구상이다. 그 다음이 사람이고 세 번째가 돈이다. 그동안 이런 생각 왜 안 했겠느냐. 이명박 대통령 때도 대형 중국연구소를 만든다고 기금을 먼저 모으다가 결국 실패했다. 그러니 구상이 먼저라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그 구상을 현실화할 수 있는 사람을 모아야 한다. 우리 사회에선 생각 있는 사람은 돈이 없고 돈 있는 사람은 생각이 없다.
“미·중은 남북문제도
미·중문제로 본다”

Q. 국제관계 변화 속에서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대목은 무엇이라고 보나.

A. 남북한을 합쳐도 인구 8000만, GDP 2조 달러가 안 된다. 전 세계 GDP는 90조다. 21세기 최대 문제는 미·중이다. 금년에 미국 GDP 21조 달러, 중국 GDP 14조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여기에 일본이 5조 달러, 아세안 3조 달러다. 우리의 통일문제는 지난 세기에 숙제를 안 했기 때문에 빨리해야 되겠지만 더 큰 것은 35조 달러나 40조 달러를 어떻게 할 것인가다. 시각을 뒤집어보아야 한다. 남북 문제만 해도 미국이나 중국 모두 미중 문제로 보지 순수하게 남북 문제로 보지 않는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미중 35조’ 문제를 다뤄가는 데 있어 우리는 미국이나 중국의 지역 전문가나 국제경제 같은 기능 전문가들에게서 지혜를 얻으려고 한다. 그러나 지역 전문가 보다 중요한 것은 글로벌 전략가다. 중진국은 큰 나라들 보다 한 수 위의 전략적 사고를 할 수 있어야 경쟁할 수 있다. 지역 전문가들의 사고는 시·공간의 한계에 잡혀 짧을 수밖에 없다. 지구 전략가를 하루빨리 키웠으면 한다.
“미·중 갈등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과 에너지”

Q. 미중 갈등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해 한국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A. 우선 생각을 해야 할 것은 미중 갈등과 관련한 국내 논의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 쪽에선 미국이 여전히 압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다른 한쪽에선 중국이 쉽게 따라잡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러한 소박한 미래 전망 속에 고래 싸움에 새우등 안 터지기나 돌고래로 살아남기 수준의 논의가 정책당국자, 학계, 언론계에서 진행되고 있다. 현재 미중관계의 바둑판은 포석이 상당히 전개되어서 넓게 보면 경제, 기술, 에너지, 군사의 네 무대에서 복합적 경연이 벌어지고 있다. 먼저 군사 무대를 보면 현재 군사비가 미국 7000억 달러, 중국 2000억 달러인데 중국이 2050년 어간에 1인당 GDP 3만 달러가 되면 비슷하거나 중국이 조금 적은 수준에 이를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첨단 무기체계에 대한 지속적 투자나 배치 등을 볼 때 21세기 말까지 미국은 세계 군사 무대를 주도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중국도 그렇게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은 모두 군사적으로 전면적으로 충돌할 싸울 생각이 없다는 것은 명확하다. 두 번째 미국이 유리한 무대는 에너지다. 미국은 셰일혁명 등으로 상당 기간 에너지 수출국으로서 안정적 국면을 유지할 것이다. 고도 경제성장에 따라 에너지 수입국의 위치에 있는 중국이 러시아의 가스와 중동의 석유를 확보하더라도, 미국이 중국을 코너로 몰 수 있다. 경제 무대에서는 무역 금융 분야 등에서 미중 갈등이 진행되고 있지만, 미중 경제의 상호 보완성 때문에 미중이 전면적 경제전쟁을 치르기는 불가능하다. 14조 GDP의 중국 경제가 약화되면, 21조 GDP의 미국 경제도 흔들린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결전 무대는 기술이 될 것이다. 가장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고,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첨단 기술의 변혁 분야에선 미국이 여전히 무대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용적 상업화 분야에선 전력투구하고 있는 중국의 추적이 가속화될 것이다.
“독자적 신남방정책 불가능
어떻게 살아남을지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A. 우리는 큰 흐름을 보되 아주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이 군사 무대에서 직접적으로 충돌할 생각이 없으므로 우리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한다. 미중 경제는 경쟁과 협력이 불가피하게 공존하고 있으므로, 한국도 그 범위 안에서 운신의 폭을 찾아낼 수 있다. 이 입장을 미국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에너지 무대는 상대적으로 어렵다. 미중의 에너지 무대가 협력보다는 갈등의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에너지 빈국인 일본은 아태에서 벌어지는 에너지 냉전에서 확실하게 미일 협력의 길을 선택하고 있다. 에너지 빈국인 한국도 하루빨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남방 정책은 용어 자체도 21세기적이지 못하므로 새로운 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도 미중의 바둑 속에서 봐야 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독자적 남방정책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복합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이 인태 전략 추진하면서 내놓은 국무부와 국방부 보고서들을 보면 첫 번째 항목이 아세안이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미국과 중국의 어느 한편에 줄을 서라고 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신 ‘보편적 가치’를 얘기한다. 미중 간에 벌어지고 있는 새로운 규범 외교의 현장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우리가 중간에서 눈치껏 미국과 중국을 동시에 품자고 하는 관념적 제안은 이미 빛바랜 얘기다. 구체적으로 4대 무대별 중장기 복합 대책을 세워야 한다.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해당 지역 전문가와 21세기 지구 전략가가 함께 머리와 가슴을 맞대고 집단 지혜를 모아야 한다. 우리는 중견국으로서 거인의 어깨 위에 올라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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